이제까지 독자 여러분은 뉴스레터에서 수많은 조종사들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당연히 모두들 비행복을 입고 있죠. 오랜 기간의 훈련 끝에 최고의 기량을 갖춘 조종사들에 걸맞게, 비행복에도 최고의 과학 기술이 숨어 있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선 조종사가 입고 착용하는 각종 옷과 장비의 비밀을 알아 봅니다.


■ 위 아래 한벌인 비행복, 화장실에선 어떻게?

조종사들이 입고 다니는 카키색의 비행복은 위 아래가 붙어 있는 커버롤(coverall)이라는 옷입니다. 좁은 조종석에서 복잡한 계기를 건드리지 않고 편하게 활동할 수 있습니다. 몸을 죄는 부분이 없어 운동을 조금이라도 게을리하면 군살이 붙기 쉬운 옷입니다! 일부에선 '조종사의 지속적인 운동 습관을 위해 고안된 옷'이라는 농담도 있습니다….

지퍼가 사타구니에서 목까지 올라오니 화장실에서 불편하지 않냐고요? 지퍼는 여행용 가방처럼 양쪽으로 여닫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불편은 없답니다.

비행복엔 총 8개의 주머니가 있습니다. 가슴에 비스듬하게 둘, 허벅지 앞쪽에 둘, 종아리 옆에 둘, 그리고 왼쪽 팔뚝과 다리 부분에 작은 주머니가 있죠. 다리에 있는 좁고 긴 주머니는 다용도 칼을 넣어 두기 위한 것이랍니다.

조종사가 많이 쓰는 주머니는 종아리쪽에 달린 주머니랍니다. 이착륙 절차 자료집, 지도, 비행계획서 등을 넣어놓고 비행 중에 꺼내보죠.


■ 대대마크가 찍찍이로 붙어 있는 까닭은?

비행복을 얼핏 보면 여러 가지 마크가 잔뜩 붙어있습니다. 양 어깨 위에 계급장이 붙어있고, 왼쪽 팔뚝엔 비행단 마크, 오른쪽 팔뚝엔 비행안전마크를 답니다. 가슴 오른쪽엔 이름표, 왼쪽엔 대대마크를 답니다. 특이한 점은 모두 벨크로(일명 '찍찍이')를 이용해서 쉽게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실제 전쟁 때는 이름표와 계급장을 제외하곤 모두 떼고 출격한답니다. 적에게 잡혔을 경우 정보를 주지 않기 위해서죠.








■ 비행복은 플라스틱이다

비행복은 '노맥스'라는 플라스틱 섬유로 만들어집니다. 자외선·방사선 차단 능력이 뛰어나고 전기, 불꽃과 열에 매우 강합니다. 섭씨 200도에서도 특성의 변화가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죠. 노맥스란 아라미드 섬유 상품명 중 하나인데, 아라미드 섬유는 나일론 섬유의 손자뻘 되는 플라스틱입니다. 화학적으로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어 집진 필터, 절연체, 항공기 부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는 소재랍니다. 우주복, 자동차 레이싱 선수복, 소방수용 방화복에도 쓰이죠. 유명한 방탄복 소재인 '케블라'도 아라미드 섬유랍니다.





■ 겨울엔 빨간 마후라를 안 맨다고?

조종사의 상징, 빨간 마후라. 유래는 다들 아시죠? 공군 창설 7인 중 한 분인 김영환 장군이 출격하기 전, 형님 집에 들렀을 때 형수님이 목에 둘러 주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하나. 겨울엔 목까지 올라오는 조끼형의 '빨간 마후라'를 비행복 안에 덧입기도 한답니다. 따뜻하겠죠?






■ 조종사는 전투화를 안 신는다?

전투기 조종사도 군인인 이상 당연히 전투화를 신죠. 하지만 보통 군인들이 신는 전투화랑은 모양이 약간 다릅니다. 끈이 달려 있긴 하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앞쪽에 지퍼가 달려 있습니다! 긴급출격이 잦으니 빨리 신고 뛰어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랍니다. 적어도 조종사들은 '군화끈 고쳐매고 뛰는' 일은 없겠죠?

< 출처 : 공군뉴스레터 2004. 3. 4 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