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예년에 비해 장마기간도 길었고 강수량도 2배 이상 많았던 해였다. 장마가 끝난 8월에도 쉬지 않고 기압골이 통과하면서 비가 많이 내리는 이상기후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장마 때의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도 무섭지만 실제로 더 큰 피해를 가져오는 것이 바로 태풍이다. 그리고 태풍이 한반도를 가장 많이 찾아오는 계절이 9월이다.

보통 중간 정도의 태풍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 폭탄의 만 배나 되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서태평양 상에서는 계속 태풍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런 상태라면 9월 중순까지 1∼2개 정도의 태풍이 우리 나라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예상된다.

지난해 9월 중순 강릉을 강타한 태풍 루사(Rusa)는 한국 기상관측 사상 가장 많은 비를 내리며 영동지방과 영남지방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하루에 870mm의 폭우와 무려 5조 4천억 원의 피해를 가져왔으니 말이다. 태풍으로 인한 호우는 군 시설물을 침수시키고, 산사태나 축대 등의 붕괴와 함께 지뢰 유실 등의 인적·물적 피해를 가져온다.태풍은 강풍을 동반하므로 일반호우에 의한 것에 비해 피해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 또한 태풍으로 인한 강한 바람은 강한 풍압(풍속이 30㎧인 경우 192㎏/㎥)을 가져오므로 해안의 시설물이나 선박 등을 파괴시키며, 막사나 철탑을 파괴하고 차량을 전복시키며 송전선을 절단시켜 정전사태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럼 태풍에 대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적절한 대피시기를 파악하여 태풍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장소로 대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형 수송기 등 격납고가 없는 항공기는 태풍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예상되는 기지로 대피하여야 한다. 또한 함정의 경우 항구로 대피하며, 미처 항구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면 태풍의 진행방향의 좌측반원(강도가 약한 곳)으로 진로를 바꾼다. 해안진지에 근무하는 부대는 해일이 예상될 때 높은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집중호우로 인해 이상한 균열음이나 냄새, 지하수 유출 등의 산사태 징후가 보일 때 산악에 근무하는 장병들은 신속히 대피하는 것이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부분을 미리 점검하고 제거하는 것이다. 강한 바람에 날려갈 물건이나 위험물들을 제거하거나 정리하고, 붕괴가 예상되는 축대나 시설물은 미리 보강한다. 또한 산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미리 비닐 등으로 덮어주면 산사태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송전선 등의 전기 및 시설물, 시설 구조물, 차량, 구조의약품 등을 미리 점검하는 것도 이에 속한다.

공군 기상 전대에서는 태풍이 발생하여 북위 25도 이상 북상하면 태풍 전담 추적반을 편성, 진로를 예측하여 중앙재해대책본부와 각 군에 예상되는 태풍 진로와 기상 현상을 통보해주고 있다. 2000년 태풍 ‘사오마이’의 진로 예보 때도 정확한 예보로 능력을 인정받았던 것처럼 공군기상전대의 태풍예보 능력은 수준급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공군기상전대의 예보를 적극적으로 참고하여 군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해였으면 한다.

< 공군73기상전대 연구부장 반기성 대령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9. 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