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핵무기

핵무기 ·생물학무기 ·화학무기를 통틀어 화생방무기라고 한다. 화생방무기는 엄청난 큰 파괴력 ·살상력을 갖고 있어 치유 불가능한 후유증을 초래한다. 더구나 일단 화생방무기를 사용하면 반드시 상대방의 보복을 불러 쌍방이 치유하기 힘든 피해를 입는다.

특히 전략핵무기의 위력은 전 세계에 미쳐 인류를 몇 번에 걸쳐 전멸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다. 따라서 전략핵은 엄청난 파괴력 때문에 강대국 간의 전쟁을 억제하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핵 강대국들은 전략핵이 사용하기 어려운 무기임을 알면서도 막대한 국방비를 쏟아 전략무기체계를 강화해 왔고, 오늘날은 중소 국가들까지 최후 방위 수단으로 핵무기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전략핵을 둘러싼 군축 혹은 군비 관리는 오늘날 국제정치의 장에서 중요한 논점이 되고 있다. 핵을 보유한 나라나 보유하지 않은 나라를 불문하고 전략핵에 대한 관심은 높다. 그러나 핵무기의 또 한 분야를 형성하는 전술핵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심지어 전술핵무기에 의한 제한적 핵전쟁 구상을 타당한 것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무엇을 기준으로 전술무기 ·전략무기를 구분하는가는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간단히 말하면 전술이란 전투를 수행하는 방법이고 전략이란 전쟁을 수행하는 방법이다. 일거에 전장을 뛰어넘어 적의 중추부에 타격을 가하는 공격이 전략적 공격이라고 통용되고 있다.
전략적 공격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항공기,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때 발달한 폭격기였고, V-2를 효시로 하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이 또 한면의 투발 수단이 되었고, 잠수함에서 발사 가능토록 한 탄도 미사일(SLBM)이 전략공격력의 또 한면을 구성함으로써 전략적 핵전력의 3지주(triad)를 구성했다.

그래서 핵무기는 전쟁을 결정지을 수 있는 궁극적 무기(absolute weapon)가 됐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에 핵무기는 더욱 사용하기 어려운 무기로 여겨지게 됐다.
쉽게 비유한다면 바늘을 든 자와 도끼를 든 자가 싸우면 도끼의 치명성이 그것의 사용을 망설이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바늘 든 자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핵무기는 종이 호랑이로 전락할 처지까지 갈 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전술핵 등장

위력이 크지 않은 전술핵을 개발한 목적은 전면 핵전쟁에 이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핵무기를 국지전에 한정적으로 사용, 전쟁의 억제 효과를 높인다는 단계적 억제전략의 요구 때문이라는 논리로 설명된다.
그리고 `쏴도 쏴도 계속 밀려오는 적을 단 한 발의 포탄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전장의 질곡을 경험한 군인이면 누구나 바라는 간곡한 마음도 이러한 무기를 요구하는 한 까닭이 될 수도 있다. 즉 군지휘부가 볼 때 전술핵은 효율성 ·경제성에서 큰 매력이 있는 전투 수단이다.

세상의 종말무기라고 일컬어지는 ICBM 이 처음으로 완성된 때가 옛소련에서는 1957년, 미국에서는 59년이지만 재래식 대포로 발사할 수 있는 최초의 전술핵은 미국이 50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53년 5월25일 첫 발사실험을 한 Mk9라는 핵포탄이다.
Mk9는 280㎜ 직사포로 발사되며, 전장에서 핵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 전술핵의 효시다. 옛소련도 56년 비슷한 전술핵의 실용화에 성공했다고 전해지므로 미국 ·옛소련이 모두 전장에서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려는 노력을 일찍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Mk9 핵포탄을 비롯한 전술핵의 개발 ·실용화를 일찍부터 서두른 가장 큰 이유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옛소련이 임전태세를 갖춘 엄청난 규모의 지상전투력을 동유럽에 계속 증강한 데 있다. 그 당시 유럽에서의 옛소련 대 서유럽 국가들의 재래식 전력 균형은 극단적으로 기울어진 상태였고, 그것을 미국의 핵독점체제로 견제하고 있었지만 49년 옛소련이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하자 그것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그후 미국은 더욱 강력한 수소폭탄을 전장에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 전술핵의 실용화를 통해 재래식 군비의 불균형을 견제하려고 했지만 그것 역시 미국의 의도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했다. 그래서 핵무기에 의한 공포의 균형상태를 지켜왔지만 그런 속에서도 재래식 전력의 불균형, 특히 지상전력의 불균형은 결국 해소되지 않았다.
더구나 지상병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 옛소련군은 지상군을 지원하는 전술핵무기에서도 서방측을 능가하는 종류와 양을 확보하고 있었다. 나아가 화학무기의 경우 화학제의 보유량과 발사 수단 등을 종합할 때 옛소련은 미국보다 10배 이상의 능력을 갖고 있었다.

옛소련의 입장에서는 적의 화생방 공격에 대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서방측에서 볼 때 옛소련군은 화생방 공격에 적극적이었으므로 전장에서 군사행동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화생방 방호를 강화했다는 말이 된다.
옛소련군이 얼마나 화생방무기가 사용된 환경에 대한 대비를 중시하고 있었는가는 전문요원을 미군의 약 10배에 해당하는 8만~10만 명이나 확보하고 있었다는 사실에서도 충분히 드러난다. 이러한 대대적인 요원은 야전군에서 연대에 이르기까지 고유한 대화생방 여단 ·대대 ·중대로 배치돼 있었다.

옛소련만이 화생방 방호에 열심이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 ·옛서독 ·영국 ·프랑스 ·중국 등 옛소련과 직접적으로 대치하는 나라를 비롯, 중립국인 스웨덴 ·스위스 같은 나라도 화생방 방호와 함께 핵공격 방호 대책을 진지하게 추진했다.

〈 공군사관학교 교수 권재상 대령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9.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