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술핵의 효율과 경제성

전장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전술 핵무기의 파괴 효과를 살펴보자.

전술 핵무기의 폭발 위력은 0.5Kｔ에서 500Kｔ 정도지만 그 가운데 10Kｔ ·100Kｔ급 핵이 저공에서 폭발했을 때의 피해 정도를 재래식 폭탄과 비교해 보자.

10Kｔ의 전술핵은 반경 0.5㎞, 면적 0.8㎢ 내의 전차중대(14대) 집결지를 공격할 경우 모든 전차와차량 ·병력을 순식간에 궤멸시킨다.

동일한 상황의 전차중대를 155㎜ 곡사포대대(18문)로 일시에 제압하려면 약 13개 대대(234문)의 일제사격이 필요하다. 234발의 포탄은 대체로 3.3㎡(1평)에 한 발씩 낙하하는 꼴이 된다. 그러나 차량은 6~7ｍ 이상 떨어진 거리에 드문드문 배치되기 때문에 직격탄을 맞을 확률이 적고 파편으로 인한 피해가 주로 발생, 몇 대의 차량은 대파되고 차량 밖에 있는 병력의 50% 정도는 죽거나 다친다. 중대의 전력은 약화되지만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지지는 않는다.

10ｔ짜리 재래식 폭탄으로 같은 효과를 올리려면 각 2ｔ의 폭탄을 탑재한 공격기 20대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이것으로도 중대 전차 중 50% 남짓 파괴하는 데 그친다. 100kｔ의 전술핵을 사용한다면 반경 1㎞ , 면적 3.1㎢ 내에 있는 전차연대의 전차 50~100대와 전 병력을 순식간에 궤멸시킬 수 있다.

반면 이것을 155㎜ 곡사포로 일거에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계산상으로는 900문의 포가 필요하지만 이러한 포병 병력을 집결 ·운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단순한 비교였지만 단 한 발의 전술핵이 발휘하는 위력의 정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재래식 폭탄 가격이 핵폭탄의 10분의 1 정도지만 위력은 훨씬 떨어진다. 적어도 핵공격으로 얻는 효과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10배를 더 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핵탄두보다 오히려 비용도 많이 들고 효과는 여전히 완벽하지 못하다.

군 지휘부의 입장에서 볼 때 핵탄두의 매력은 이렇듯 높은 전투 효율성 ·경제성에 있다. 그리고 아군보다 압도적인 적의 위협을 받을 때 과연 전술핵의 사용을 유보할지 여부를 장담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 핵폭발의 4효과

핵무기는 폭풍 ·열 효과가 재래식 폭탄에 비해 엄청나게 크고 또 방사선을 방출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 세 가지 효과와 아울러 최근에는 전자기 펄스(EMP)가 전자기기 등에 미치는 영향이 새롭게 제기돼 핵폭발의 4효과라고 불린다.


1. 폭풍(bluster)

핵폭발로 생기는 수백만도의 엄청난 고열에 의해 공기가 급격히 뜨거워져 팽창하면 충격파가 발생하고 지중에서는 지진파가 생긴다. 이 충격파가 통과할 때 생기는 강풍이 폭풍이다. 이 폭풍은 사물을 찌부러뜨리는 정압(靜壓)과 날려보내는 동압(動壓)으로 이루어져 있고, 음속보다 빠른 속도로 직진하지만 반사 또는 회전 방향을 바꾸는 성질도 있다.

정압에 약한 사물은 목조 건물 ·천막 ·항공기 등이고 인간은 비교적 강하다고 한다. 동압에 약한 것은 각종 차량 ·작은 장비 등이고 인간은 동압에 직접 노출되면 주변의 물체와 부딪쳐 죽거나 다치게 된다.


2. 열선(thermal radiation)

수백만도의 고열로 인해 생긴 화구(fireb all)는 빛과 열 에너지를 방사하면서 광속으로 직진한다. 특히 핵이 공중에서 폭발할 경우 열선이 폭풍 ·방사선보다 도달하는 범위가 넓고 빛의 속도로 전달되기 때문에 사전에 방호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노출된 피부는 화상을 입는다.

또 섬광으로 앞이 보이지 않아 행동 장해를 받고 2차적인 재해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다. 열선으로 발생한 화재는 폭풍에 의해 더욱 세차게 번져나간다. 전장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화재는 병력 ·차량 등의 이동을 방해한다.


3. 방사선(radiation)

핵폭발로 방출된 방사선은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중성자선으로 구성되며 빛의 속도로 비산(飛散)한다.

방사선은 피폭량에 비례해 사람을 즉사케 하거나 수십년 뒤 암 ·백혈병을 일으키기도 하고 후손에게 유전적 영향을 미치는 등 피해가 극심하다. 또한 잔류 방사능 ·낙진으로 인한 방사선 피해도 장기간 광범위하게 일어난다.


4. 전자기 펄스(EMP:Electromagetic Pulse)

핵폭발 순간과 그 직후에 전자기기 전체 또는 부품에 회복할 수 없는 손상과 기능 저하를 야기하는 것이 전자기 펄스다. 핵폭발로 방출된 방사선이 주변의 원자와 충돌해 콤프턴 효과를 일으키며 전자를 유리시킨다.

나아가 그 전자가 잇따라 충돌하는 원자로부터 새로운 이온화 전자를 튀겨냄에 따라 폭발 중심에서부터 방사상으로 퍼지는 전장과 직각으로 교차하는 자장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전장 ·자장이 지자기 ·무기의 파편 등에 의해 어지럽혀지면 강력한 전자 펄스(전파)가 생긴다.

이렇게 발생하는 전자 펄스는 초장파에서 극초단파에 이를 만큼 광범위하며 모든 통신 시스템 ·레이더 ·컴퓨터 등에 영향을 미쳐 순식간에 무력화시킨다. 고도로 근대화된 군대의 통신망은 갈기갈기 절단되고 항공기 ·미사일 등은 폐품으로 변한다.

핵무기로 인한 피해는 이러한 네 가지 효과가 종합적으로 작용, 발생하지만 그 효과가 미치는 범위는 일반적으로 탄두의 종류(원자폭탄 ·수소폭탄인지 여부) ·위력 ·폭발 고도 등에 의해 좌우된다.

위력이 같은 핵탄두가 폭발 고도에 따라 낳는 대지상 효과에서 주목할 것은 지표면 ·수면 혹은 지하 ·수중에서 폭발할 때 낙진을 가장 많이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1986년 4월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야기한 방사능 오염은 아득히 먼 북유럽 ·서유럽까지 영향을 미쳤다. 사고로 발생한 수소 ·산소가 반응해 대폭발을 일으킴으로써 방사능에 오염된 수증기와 재 ·먼지 등이 하늘 높이 솟구쳐 올라가 광범위한 지역을 오염시킨 것이다. 마치 지상 혹은 지중에서 핵폭발이 일어난 것과 같은 결과였다.

〈공군사관학교 교수 권재상 대령 holdon@uni tel.co.kr〉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9. 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