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5년 동안 시행되는 신중기방위력정비계획(이하 신중기방이라 함)에서 일본은 예전과는 대단히 다른 국가로 변모하게 된다. 새로이 획득되는 중요한 세 가지 무기체계를 살펴보면 변화의 의도를 간파하게 되는데 무엇인지 알아보자.

첫번째, 신중기방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무기도입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신형 헬리콥터 호위함 DDH일 것이다. 이 함정은 최신예 정보, 지휘통신능력을 보유하고 초계 헬리콥터 3 기 이외에 수송용 헬리콥터 1기를 운용하게 되어 있다.

이 함정은 대잠능력(對潛能力), 스텔스 성능 등을 갖춘 첨단 전함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계획 톤수는 약 13,500 톤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속도는 약 30노트로 종래의 호위함과 크게 차이가 없으나 기준 배수량이 약 1만 3천 5백 톤으로 퇴역하는 호위함들이 각각 4,950톤, 5,050톤을 2배 이상 상회하는 대형 함정이다. 신형 DDH는 초계(哨戒) 헬리콥터 3 기와 소해(掃海), 수송 헬리콥터 1기를 탑재하게 될 것으로 발표되고 있는데 이 함정이 항공모함이라고 지적을 받는 이유는 이탈리아의 경항모(輕航母)가 기준배수량 1만 7천 톤인데 수직이착륙 전투기 또는 대잠(對潛)헬리콥터를 무려 16기나 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형 DDH는 경항모 수준

이탈리아의 항공모함보다 조금 작은 태국의 항공모함도 수직이착륙기인 헤리어기를 무려 12기 정도 탑재할 수 있기 때문에 신형 DDH는 항공모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본방위청은 신형 DDH의 청사진을 공개한 바 있는데 함정 전후(前後)에 비행갑판이 있고 중앙부에는 폭이 넓은 상부구조물이 놓여 있다.

연통과 마스터는 오른쪽에 붙어 있는 형상이고 왼쪽에는 셔터가 부착된 구조물이 있는데 방위청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구조물은 헬리콥터 정비용 격납고라 한다. 비행갑판 아래 충분한 격납고 공간이 있어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예정인데 항공모함을 겨냥한 함정이라는 의혹을 뿌리칠 수 없다.

이 함정이 조금은 의외의 모습을 띠고 있는데 1차세계대전 말기인 1918년 영국의 순양함의 앞뒤에 포탑을 설치하여 항공모함으로 개조했던 모습을 연상시켜 어떻게든지 간에 일본은 항공모함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노력이 역력하다.일단은 종래의 구축함보다 2 배 이상 큰 전함을 보유하게 된 것만으로도 소원성취를 하고 있는 일본이다. 일본 방위청은 만재(滿載)배수량을 1만 6천 5백 톤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예정대로 대잠 헬리콥터 3기와 소해, 수송 헬리콥터 1 기를 탑재하게 되면 경(輕) 항모에 해당되는 1만 8천 톤 이상이 되기 때문에 이는 2차세계대전 당시 미드웨이 해전에서 침몰당했던 일본의 중형항모 1만 8천 8백 톤급의 창룡(蒼龍)과 동등한 수준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신중기방에서 도입될 신형 DDH에 총 4기의 헬리콥터만을 적재할 목적이라고 강변한다면 세계의 해군과 조선업계가 코웃음을 칠 만큼 비효율적인 설계라고 비웃을 것이다.한때 일본의 대형 수송함 오오스미(おおすみ)가 항모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는데 항공기용 엘리베이터와 격납고가 없기 때문에 항모로 개조하기가 곤란해서 의혹의 목소리가 잠잠해졌지만 신형 DDH는 분명히 항공모함을 겨냥하고 있다.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보유하고 있는 10기의 소해, 수송 헬리콥터 MH－53은 길이 30.19미터, 높이 8.97미터, 중량 31.64톤, 승무원 3명, 승객 55명으로 대형이다.이 정도의 대형 헬리콥터를 탑재할 수 있는 갑판의 강도, 엘리베이터 능력, 격납고의 천정 높이를 확보할 수 있으면 그 어떠한 함재기도 실을 수 있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러시아 해군이 쇠퇴함에 따라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세계 2위의 해군력을 자랑하는 막강한 해군으로 평가되고 있다. 구축함 55척은 미 태평양 함대의 수상 전투함 58척(이 가운데 항공모함이 5척)에 근접한 숫자이고, 영국해군의 34척(항모 3척)을 훨씬 능가한다.

대잠초계기 P－3C는 미 해군의 약 40%, 영국의 4배인데 일본은 그동안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항공모함 보유는 30여 년에 걸친 염원 중의 염원이었는데 그 꿈의 실현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1척당 가격이 무려 9백 5십억 엔으로 우리 돈으로 약 1 조원이 달하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다. 대잠용(對潛用) 대형 소너와 대공(對空), 대잠 미사일이 장착될 예정이고 갑판 위 구조물에 스텔스 기능이 도입되게 된다.

두 번째는, 신중기방에서 가장 치열한 논쟁을 겪었던 공중급유기다. 항공기는 기름을 한정적으로 적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항공기 외부에 연료탱크를 장착하고 작전에 투입되어도 속도를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서 혹은 중량에 의해 기름 소모량이 달라진다.그리고 작전의 내용에 따라서도 기름의 소모가 다르기 때문에 원거리 작전능력을 구비하기 위해서는 기지에 귀환하여 기름을 보급받고 또 다시 출격하는 것은 현대전에서는 무의미한 일이다.


신중기 방위력 기간 공중급유기 4기 획득

공중급유기는 항공기의 작전반경을 넓혀줄 수 있기 때문에 일본이 공중급유기를 보유하는 것에 대하여 국내외에서 치열한 반대에 부딪혀왔다. 그러나 물 흐르듯 흐르는 역사의 진행은 막을 수 없는지 일본이 드디어 공중급유기를 들여오게 되었다. 일본은 신중기방 기간 동안 총 4기를 들여오기로 했다.

세 번째는 차세대 대잠(對潛)초계기 P－3C이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수상함정과 잠수함의 감시 및 탐색하는 데 탁월한 성능을 발휘해온 고정익초계기(P－3C)를 100여 기나 보유하고 있어 세계에서 작전영역에 비해 가장 많은 대잠초계기를 갖고 있다는 평판을 들어왔다. 일본이 섬나라인 해양국가이기도 하지만 냉전(冷戰) 시절 소련의 태평양 진출을 저지하고자 하는 미국의 군사전략의 일부분을 일본에게 맡겨온 터라 일본은 예상외로 많은 대잠초계기 P－3C를 보유하게 되었다. 그런데 일본의 대잠초계기가 일본 근해를 지키는 지킴이로서가 아니라 서태평양 전체가 행동반경에 들게 되는 조용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P－3C가 2010년에는 퇴역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 후계기로서 순국산의 4발 터보 엔진, 순항속도 4백 5십 노트(시속 8 백 3십 킬로미터로 P－3C의 6백 2십 킬로미터보다 빠르다), 순항고도 1만 1천 미터(P－3C는 8천 8백 미터), 항속거리 약 8천 킬로미터(P－3C는 6천 6백 킬로미터)의 신형 대잠초계기를 만든다고 공표했다. 초계기는 고속으로 목표해역에 진출하고, 저속으로 장시간 동안 초계비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항속시간을 연장하기 위하여 일부의 엔진을 정지하고 비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엔진이 4기가 필요한 것이다.

조종시스템에는 탑재기기에의 간섭을 막기 위해 정보전달체계를 광 화이버를 사용하는 플라이 바이 라이트 방식을 채용할 예정이다. 또한 각종 정보를 기초로 하여 적 잠수함의 행동을 예측하는 AI(인공지능)를 탑재하고 효율적인 전투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신전투체계지휘 시스템을 장착할 예정이다.
P－3C가 실제로는 시속 2백 2십 노트(시속 400킬로미터)의 속력을 내기 때문에 차기 초계기는 기존의 P－3C 보다 2배 이상이 되는 속도를 낼 수 있다.


기존 P－3C보다 속도 2배 빨라

차기 초계기의 항속거리는 약 9천 킬로미터로 수상함정을 공격하는 전투행동반경의 경우를 상정할 때 오키나와로부터 말레이 반도, 유황도에서부터는 뉴기니아 주변, 알류산 열도까지를 장악하는 놀라운 장거리 전투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장착무기로는 사정거리 약 1백 8십 킬로미터인 대함(對艦) 미사일 [ASM2] 4 발, 대잠(對潛)어뢰 4발 등을 구비하는 1기당 가격이 무려 1,500억 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장비다.

스텔스 성능마저 가미되는 차기 초계기는 미 해군이 대잠 초계기 P－3C의 후계기로서 개발한 P－7과 함께 세계 최고의 대잠초계기로 평가되며 서태평양 전역이 작전반경에 들게 되어 일부에서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초계기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상과 같이 일본의 신중기방에서 도입되는 무기체계에서 알 수 있듯 일본은 전수방위(專守防衛)가 아니라 해외군사활동을 염두에 두고 국방력증강계획을 실현하고 있다. 따라서 유비무환의 자세로 한국의 국방력을 첨단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 한양대 교수 김경민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9. 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