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波까지 사용' 전자광학전 비중 높아져

장차전은 인명 손실의 극소화, 단기간 내의 종전, 크지 않은 비용 등을 필수적인 요구 조건으로 한다. 따라서 국한된 지역에 최적의 전투력을 투입, 짧은 기간에 승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쟁의 치열도는 극단적으로 증가하고 최초 일격의 치명도가 결정적 요소가 되며, 현대적 의미의 회전(會戰)이 과학기술의 영역에서 전개된다. 이러한 장차전의 중심에 전자전(electronic warfare)이 있다. 전자전은 상황을 조성하고 준비해 시행토록 하는 현대전 ·장차전의 총아다.

제2차 세계대전은 통신전을 전파전으로 확장했다. 전후에 발달한 반도체 관련 기술(트랜지스터 ·고밀도 집적회로)은 전자기 기술부분의 길을 연 진공관을 밀어내고 정보기기들의 발달을 촉진, 이들 기기들을 작고 가볍게 만드는 동시에 신뢰성을 높이고 가격도 싸게 하는 등 실용적인 면에서도 큰 진보가 있었다. 또 컴퓨터와 같은 정보처리기기의 발달은 미사일 ·인공위성과 같은 현대적 무기의 발전에 획기적으로 기여했다.

1967년 85ｔ밖에 안 되는 이집트의 소형 유도탄정이 스틱스 미사일로 이스라엘의 1700ｔ급 구축함 에일러트호를 일거에 격침했을 때 세계의 해전 양상은 또다른 국면이 열렸다.

이스라엘은 6년 후인 73년 10월 같은 무기 ·전술을 구사한 이집트 해군의 공격을 전자전으로 돌파한 후 자국산 가브리엘 미사일로 4척을 격침함으로써 에일러트호의 피격을 설욕했다.

현대전에서 전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활약한 B-17 폭격기는 2000개의 전자부품을 사용했다.

20여 년 후인 60년대 중반에 등장한 B-70 폭격기는 15만 개의 전자부품을 탑재하고도 더 빠르게 발달한 대공 레이더의 위협을 극복하지 못하고 계획이 취소됐다.

70년대 초 독일 공군은 고질적 약점인 인력 부족을 염려해 F-4 전폭기의 조종석을 단좌로 해줄 것을 미 맥도널 더글러스 사에 요구했으나 당대 최고의 전투력을 과시하던 F-4 팬텀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호응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최일선 전폭기들은 대부분 단좌를 기본으로 한다. 그만큼 발달한 전자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전자기기를 응용한 무기는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다. 어제의 신무기가 오늘 무용지물이 되는 일은 허다하다.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군은 최신형을 아르헨티나에 팔고-아르헨티나군의 통신장비 ·야간투시경 ·대공 미사일 등은 영국제가 주종이었으며 그것들은 영국군의 장비보다 최신형이었고, 특히 영국의 구축함 셰필드호를 격침한 엑조세 미사일은 프랑스제로 작전지역 내에서는 가장 진보적인 현대식 무기였다 -자국은 미처 신형으로 경신하지 못한 채 전쟁에 임해 큰 곤욕을 치렀다. 이라크는 120만 명의 대군과 1600여 대의 전투용 항공기를 단 한 번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미국이 이라크의 전쟁 지휘에 필요한 전자기파는 물론 바그다드 방송에서부터 야전의 소대통신까지 모든 무선장비를 무용지물로 만든 다음 직접적인 파괴공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전자전이란 적이 사용하는 전자 스펙트럼을 파악해 그것을 방해하거나 역이용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나아가 아군의 전자기 스펙트럼 사용을 용이케 하거나 효과적으로 만드는 군사적 행동을 말한다.

전자전은 먼저 적의 전자기파 활용 상황을 파악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그것을 전자전 지원 또는 전자전 지원책이라고 한다. 즉 적의 전자파를 탐지 ·수신 ·파악해 신속 ·정확하게 그 성질을 분석하는 활동을 가리킨다. 이러한 활동은 컴퓨터 지원을 받아 거의 자동적으로 수행하며, 때에 따라서는 사람을 이용한 정보 수집 활동을 바탕으로 하기도 한다.

이는 적의 전자공격을 거부하기 위한 전자전 방어책을 위한 기초자료(database)가 되기도 하며 적에 대해 전자공격을 하기 위한 기반자료로 이용된다. 이는 오랜 기간 면밀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통한 자료 집적이 필요함은 물론 분석관의 예리한 판단력 ·통찰력이 크게 요구되는 부문이다.

전자공격은 전자방해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이는 전자전 지원에 기초를 두고 적이 전자파를 사용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약화시키는 활동이며 일반적으로 전자전을 일컫는 말이다.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한 직접적인 파괴와 교란 ·효율 저하를 노리는 전자적인 방법 등으로 수행된다.

전자전 방어 또는 대전자 방해는 적의 전자방해에 대항, 아군에 전자파의 효과적인 사용을 보장하려는 일련의 활동을 말한다. 이것 역시 물리적 ·전자적 방법을 기계적으로나 컴퓨터를 응용한 방법으로 수행한다.

전자전의 대상인 전자파는 초장파에서 마이크로파에 이르는 전파로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마이크로파 중에서도 주파수가 높은(파장이 짧은) 밀리미터파 ·서브 밀리미터파는 물론 주파수가 더욱 높은 광파(빛) 영역까지 사용되고 있다. 적외선 ·레이저 광선이 그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전자전은 전자광학전(EOW：Electron Optics Warfare)으로 전개되고 있다.

〈 공군사관학교 교수 권재상 대령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9. 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