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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경량항공기, '붉은 돼지' 하늘을 날다
돼지가 고개를 들어 머리 위 하늘을 보는 일은 상상에서나 가능하다. 돼지는 오랜 세월 주둥이를 땅에 처박고 먹이만 찾아다닌 탓에 일정 각도 이상 머리를 위로 젖힐 수 없다고 한다.
초경량항공기(Ultra Light Plane)는 머리 위 하늘이 궁금한 '돼지의 꿈'을 구현시킨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만화영화 '붉은 돼지'에선 돼지가 파일럿으로 등장한다. 주인공 '포르코 로소'는 창공을 헤집고 다니며 구름과 바람을 만끽한다. 제비 꽁지처럼 매달린 작은 프로펠러의 힘으로 떠올라 하늘 끝에 닿을 듯 지중해를 향해 날아간다.
초경량항공기는 세상살이에 매몰돼 하늘 한번 쳐다보기 힘든 이들에게 찬연한 신세계를 안겨준다. 머릿속이 먹고사는 걱정으로 꽉 찬 사람일지라도 하늘을 날아보면 일상의 수고와 번잡함을 잊게 된다. 자유자재의 비행이 주는 짜릿한 역동감과 신선한 시감(視感)이 뼛속 깊이 스민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자아에 대한 성찰은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초경량항공기가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 레저라고 지레짐작한다면 오산이다. 비행클럽,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조종사 자격증 취득까지 소요되는 강습비, 단독비행을 위한 항공기 대여료를 따져보면 전체 비용 측면에서 골프에 한참 못 미친다. 스키나 등반처럼 주저리주저리 장비구입에 들어가는 비용도 없다. 일단 자격증만 발급받으면 전국 10여 곳의 초경량비행장 어디에서나 항공기를 빌려 날아오를 수 있다. 물론 개인용 초경량항공기를 구입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꼬마비행기이지만 한 대 가격이 평균 6000만 원이기 때문이다.
에어로피아항공(www.aeropia.co.kr)의 이규익 대표는 "주머니 사정은 다음 문제고, 우선 초경량비행이 취향에 맞는지부터 알아보라"고 권한다. 비행 교관들이 고소공포증 보유자 다음으로 제쳐놓는 대상은 체질적으로 비행에 감응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들은 눈앞에 아무리 멋진 풍경이 펼쳐져도 별다른 감흥을 보이지 않고, 바다 위를 낮게 떠가며 수면을 가르는 순간에도 시큰둥하다고 한다.
현재 항공법은 초경량항공기를 정식 항공기가 아닌 동력비행장치로 분류하고 있다. 레저용 장비로 취급해 규제가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주한미군과 외교관, 외국기업 주재원들은 '한국이야말로 초경량비행하기에 좋은 나라'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아기자기한 능선과 물길이 어우러진 우리 산하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형언키 어려운 절경이다.
◆ 초경량항공기
항공법상 초경량항공기는 자체중량 150㎏(1인승) 또는 225㎏(2인승) 이하다. 연료탱크 부피도 최대 38ℓ 이하여서 휘발유를 가득 채워도 2시간가량이면 바닥이 드러난다. 서울에서 제주도를 다녀오기도 빠듯하다. 프레임의 소재 또한 가볍고 단순하다. 날개와 바퀴를 고정시킨 동체에 프로펠러를 하나 얹은 형태다. 한국에 처음 소개된 1980년대 초반엔 행글라이더에 소형엔진을 달고 이륙했다고 한다.
◆ 기종
조종방식과 외형 등에 따라 타면조종형(ULP), 체중이동형(ULM) 등으로 나뉜다. 조종스틱으로 작동하는 ULP는 고정익(Fixed Wing)이라 부르며 경비행기와 흡사한 형태다. 가장 많이 보급돼 활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ULM은 중량의 중심을 이동시켜 조종을 하는 형태로 행글라이더와 비슷하다. 삼각 컨트롤바를 상하좌우로 이동시켜 회전, 상승, 하강한다.
◆ 조종 자격증 취득법
만 14세 이상이면 누구나 취득할 수 있다. 20시간의 실습비행 후 단독비행이 가능해지면 교통안전공단에서 주관하는 학과 및 실기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실기시험은 자신이 교육받은 활공장에서 연습용으로 탔던 기종으로 치르며, 합격하면 자격증 뒷면에 해당 기종이 명시된다. 전국적으로 30여 개의 비행클럽이 비행교육을 하고 있는데, 시험 응시자의 경우 합격률은 70% 안팎이다.
◆ 전국 비행클럽
경기 안산 시화호 일대는 초경량항공기의 메카다. 시화방조제가 완공되면서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 활주로가 들어섰다. 에어로피아항공(031-357-4116)을 비롯한 5개의 클럽이 위치한 어섬은 서해안고속도로 비봉IC로 빠져 송산면을 지나 306번 국도를 타고 들어간다. 입문부터 자격증 취득까지의 교육비는 300만~400만 원, 항공기 대여료(자격증 소지자)는 1시간당 7만~10만 원이다. 충북 제천 드림항공 043-643-2676. 충남 보령 대천항공 041-931-2680. 경북 칠곡에어랜드 054-977-2676. 경남 함안 실버윙항공 055-584-2133. 전북 전주 모악항공 063-283-5718. 전남 담양항공 061-381-6230.
< 출처 : 연합르페르, 2006. 5. 15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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